단종은 조선의 제6대 국왕이다. 
할아버지(세종), 할머니(소헌왕후), 어머니(현덕왕후), 아버지(문종)를 모두 여의고 12세의 어린나이에 왕위에 오르게 된다.
즉위 1년만에 숙부인 수양대군은 계유정난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게 되고, 이후 단종복위운동에 위협을 느낀 숙부(세조)는 단종을 폐위시킨다.
노산군으로 강등된 단종은 영월 청령포로 유배를 가게 되고, 그 후 1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단종의 죽음, 기록이 남긴 모호함
<<세조실록>>에는 금성대군이 세조에 의해 죽은 뒤 단종 역시 목을 매어 죽었고, 예를 차려 장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고, <<숙종실록>>에는 ‘사사하라’는 세조의 명에 따라 왕방연이 사약을 들고 단종에게 향했다는 기록이 있다.
단종의 죽음은 공식적으로는 사약설로 정리되고 있지만 역사기록자체보다는 당시 권력 상황 때문에 논쟁이 계속 되는 대표적인 미스터리이다.
그래서 나는, 정사보다 후대 전승과 야사가 단종의 죽음을 더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고 느꼈다.
중요한 건 어떤 설을 따르든 단종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
단종의 유배 생활은 한 권의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실록의 짧은 기사들과 후대 기록들을 이어 붙여야만 그의 시간을 짐작할 수 있다.
유배지인 영월 청령포의 지리적 위치만 보더라도 삼면이 강이고 서쪽은 암벽이라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외롭고 고독한 유배생활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폐위된 왕과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말하지 못한 시간이 있었을까.
기록되지 않은 시간, 영화가 선택한 상상력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이 짧은 기록의 빈칸을 향한다.
유배지에서의 노산군, 그리고 그 곁에 있던 마을 사람 엄흥도.
이 영화는 엄흥도의 시선을 통해 단종의 시간을 바라본다.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 한 왕과, 그를 끝까지 인간으로 대하려 했던 한 사람.
영화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보다 “그 시간은 어떤 얼굴이었을까”를 묻는다.
엄흥도라는 이름이 남긴 것
단종의 죽음 이후, 그의 시신을 거두는 일은 목숨을 건 선택이었다고 전해진다.
‘시신을 거두는 자는 삼대를 멸하겠다’는 금령이 내려진 상황에서도 엄흥도는 끝내 그 선택을 했다.
권력 앞에서 침묵해야 했던 시대에 끝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택한 인물.
엄흥도의 이야기는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중심이기도 하다.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지만, 기억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마무리하며

왕과 사는 남자는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기보다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다.
이 영화의 흥행 성적이 어디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단종과 엄흥도의 이름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단종이라는 이름을 다시 한 번 오래 떠올리게 되었다.
기록이 말하지 않은 시간을 조심스럽게 상상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가 있다.
답글 남기기